제목 | (경험담) 터키 가정에 초대 받았을 때 겪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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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여행사 |
작성일 | 17-04-03 20:18 |
<위 사진은 글의 내용과는 상관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라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에겐 이런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터키를 방문하고 터키인들에게 초대 받았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어느 날 아주 부자라고 알려진 터키인이 우리 교민 몇 명을 초대했다. 부자라는 말에 벌써 주눅이 들어 초대받았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스탄불의 아름다운 보스포러스 해협 상류 쪽에 위치한 그의 집은 겉에서 보기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 쪽에 있는 정원은 바닷물이 찰랑거리며 손에 닿을 거리에 있었다.
우리가 꽃바구니를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서니 주인은 너무 반가운 표정으로 호시겔디니즈(Hos Geldiniz!!, 어서 오세요)하면서 우리를 맞이한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나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신발을 신은 채 들어오라고~~ 그런데 선뜻 안으로 신을 신고 들어서 지지가 않는 게 거실에 깔린 실크 카펫이 우리의 기를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벽에 장식용으로나 걸어 놓음 직한 아름다운 실크 카펫이 여기저기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카펫을 밟지 않기 위해 틈새로 걸어 들어가서 앉았다. 초대 받은 다른 터키인들은 이 고급 카펫위로 신을 신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듯했다.마치 호텔 로비에서처럼!!
주인은 차이(tea)를 가져와 권유했다. 물론 우리는 차이를 마셨는데 빈 잔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한잔 가져온다. 대접 상 또 마셨다. 그런데 또 차이가 가득 담긴 잔이 ~~계속. 우리는 모두 더 이상은 안 마신다고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금 있다가 마시겠다는 표시는 잔 바로 앞에 가로로 티스푼을 놓고, 이제 그만 마시겠다면 잔 위에 티스푼을 올려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교민은 주는 대로 마셨더니 10잔 정도가 되더란다. 카페인 함유량이 많아 밤에 잠도 잘 안 오더라고 ㅎㅎㅎ 일상적으로 터키인들은 하루 10잔이 보통인데 꼭 차이 한잔에 각설탕을 2개 정도 넣는것 같다.
우리의 부잣집 기행은 계속되어 이제 식사 차례다. 명확히 해석도 되지 않은 터키어를 계속 듣고, 그리고 우리 식으로 계속 말하고, 나중에는 골치가 띵하여 모두들 그만 가고 싶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다.
“오늘 밥 안 주는 거야?” 우리끼리 눈짓하며 한국말로 속삭였다. 보통 한국은 손님을 초대하면 우선 밥상부터 차리는데, 터키인은 한 시간 이상 티타임을 갖고 나서야 식사가 시작되었다. < 위 사진은 글의 내용과는 상관없습니다. >
먼저 스프가 나오고, 다 먹으면 메제(터키식 반찬)와 엑크멕(빵)이 나오고,그 다음은 메인이 나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틀르(디저트)와 차이가 나왔다. 타틀르란 단 과자류를 말하는데 식사 후 단것은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예의를 갖추고 식사를 하자니 자연 긴장되고,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지니 음식을 음미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음식은 참 맛있었다.
식사 중에 알맞게 익은 연어와 레브렉(민어 같은 생선) 그리고 와인. 진짜 고급 요리를 먹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해서 다 먹지도 못하게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잠시 그들의 말을 듣기 위해 포크를 내려놓으면 하녀가 와서 얼른 접시를 가져간다.
“나는 더 먹고 싶었는데 어찌나 빨리 접시를 치우는지.” “그러니까 접시를 꼭 잡고 있어야 해.” “포크와 나이프 모양을 보면 식사 진행 상태를 알 수 있잖아.” “습관이 안되서 그냥 내려놓았지.” “뭐니 뭐니 해도 김치와 밥이 최고라고.” “그래도 와인은 일품이었어.”
우리들은 이 집을 나오자마자 마치 해방된 듯 모두들 웃고, 문화체험에 한마디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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